'영덕 대게' 찾아간 마지막 겨울 여행, 마세라티 르반떼 GTS 시승기

서울에서 영덕까지 2톤의 차를 580마력 엔진으로
페라리와 함께 만든 엔진과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이다일 기자 2021-03-14 08:14:58
[오토캐스트=이다일 기자] 서울에서 경북 영덕까지 마세라티의 르반떼 GTS를 타고 시승 여행을 다녀왔다. 절반은 시승이고 절반은 여행쯤인 일과 휴식의 중간쯤인 여정이다. 경북 영덕은 이미 여러 차례 다녀왔다. 가장 최근에 갔던 기억은 볼보의 XC40 시승기 촬영을 위해 풍력발전소 배경을 찾아 다녀왔다. 그 전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어울리는 배경을 위해 역시 풍력발전소에 토요타 프리우스틀 타고 방문했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는 여행 분야를 취재하면서 영덕의 ‘블루로드’라고 부르는 ‘산책로’를 다녀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고성능의 SUV를 타고 떠난다. ‘더 밟으라’는 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길이었다.

때마다 영덕이 주는 느낌은 비슷하다. 누구나의 머릿 속에서 대개 ‘대게’를 떠올린다. 그보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구룡포에서 겨울 과메기가 인기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의 동해안은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 구룡포, 영덕, 삼척, 동해를 지나 강릉, 고성까지 어느곳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절경과 음식과 문화를 가졌다. 7번 국도로 이어지는 길은 12색깔 색연필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색깔로 이어지는 바다를 연결해준다.

이번에 마세라티 르반떼GTS를 타고 영덕을 찾아간 이유는 단순하다. ‘대게’다. 철이 끝나가는 이유도 있었고 숙소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선장님의 추천 때문이기도 했다. 배를 타고 직접 대게를 잡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스쿠버 다이버와 함께 바다로 나간다는 곳이다. 그곳에는 4층짜리 객실마다 누워서 일출을 볼 수 있는 숙소도 있고 2층에는 마치 서울 여의도의 일식집에 앉은 듯한 느낌의 요리가 줄지어 나온다. 물론 ‘대게’도 나온다.

시승차는 마세라티에서 추천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럭셔리’와 ‘SUV’를 합한 차다. 마세라티 답지 않은 특징과 마세라티만 할 수 있는 특징이 고루 섞여 있는 차다. 

엔진은 페라리와 함께 2년간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고 그 결과 2톤이나 되는 무거운 차체를 아주 과감한 3.8리터 8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550마력의 힘을 내며 달린다. 여기에서 나오는 강력하고 아름답지만 누군가에겐 시끄럽기만 할 뿐일지도 모르는 배기음은 마세라티만 할 수 있는 전유물처럼 보인다. 

반면, 고성능 스포츠세단이 바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같았던 마세라티가 SUV를 만들었다. 또, 고지식하게도 과거의 기술만 적용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적용했고 전자식 사륜구동은 매우 민첩하게 앞, 뒤 바퀴에 동력을 배분한다.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 높이를 조절하는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성능을 고려하기도 했다. 실용성 보다는 멋과 자존심과 개성과 성능으로 인정받던 브랜드가 이렇게 대중적인 차를 만든 것은 기특한일이다. 게다가 고성능의 브랜드 정체성을 대중성과 녹여냈으니 영특하기도 하다.

막히는 서울의 도로를 지나 영동, 중부내륙으로 고속도로를 갈아타니 길이 한가하다. 규정속도의 한계에서 주행하면서 이따금 뒤에서 나타나는 차를 위해 차선을 변경해준다. 2차로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처럼 들어가서 달린다. 너무 느린 앞 차 때문에 답답해지기 전까지는 언제나 평화로운 고속도로 2차로다.

이따금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불과 3000rpm에서 최대 토크 74.74kg.m가 나온다. 어지간한 차에서는 볼 수 없는 수치다. 출력대 중량비로는 1마력(hp)당 3.9kg이다. 역시 어지간한 차에서 볼 수 없는 수치다. 스포트 모드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엉덩이에서 요동치는 소리가 난다. 매력적이다. 피곤할 때와 조용히 주차장을 나갈 때에는 노멀 모드로 주행하고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차 자랑을 하고 싶을 때, 그래서 시선을 끌어보고 싶을 때에는 스포트 모드로 바꾸고 가속 페달 한 번 꾹 밟으면 된다. 

이 차는 페라리에서 담금질을 했다. 마세라티에 따르면 V8 엔진을 탑재하는 데 총 2년이 걸렸다. 2016년 르반떼 출시 전부터 르반떼 GTS를 기획하며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프로토모델을 제작했다. 그리고 고성능 SUV라는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한계를 뛰어 넘는 퍼포먼스 시험을 받았다고 한다.

한계를 뛰어 넘는 퍼포먼스는 이번 시승에서 절대 재현하지 못할 숙제다. 다만, 서울에서 영덕을 아주 즐겁게 다녀오고 싶을 뿐이다. 2월의 마지막 추위가 매서울 때 떠난 여행이라 ‘Q4 사륜구동 시스템’을 조금 믿는 구석도 있다. 눈이 온다면 일단 달려나갈 때에는 든든한 기능이다. 

실내 디자인은 다소 클래식하다. 과감하게 큰 운전대는  독일과 일본 혹은 영국 브랜드와 또 다른 길을 걷는다. 변속기는 ZF의 8단을 사용하는데 동력 전달의 느낌이 확실히 좋다. 마감은 온통 가죽이다. 최상급 ‘피에노 피오레’ 가죽을 사용했다는데 부드러운 느낌이 일품이다.

공간은 넓은데 느낌은 그렇지 않다. 길이는 5미터가 조금 넘고(5020mm), 휠베이스는 3미터(3004mm), 폭은 2미터(1980mm)에 이르는데 실내에서의 느낌은 안락하게 꽉 잡아준다. 탑승자를 중심으로 둘러싼 계기반의 디자인과 볼록하게 마감한 가죽 시트 그리고 그리 높지 않은 1.7미터(1700mm)의 전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볼보와 토요타로 찾아왔던 영덕이 친환경, 여유로운 드라이빙이었다면 이번에는 힘찬 달리기다. 시속 100Km/h를 훌쩍 넘겨도 계속 솟아나는 힘은 오히려 운전을 차분하게 제어해준다. 다만, 80리터에 이르는 연료통은 다른 차보다 좀 더 빠르게 한계에 이른다. 복합연비 5.7km/l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페라리 엔진과 마세라티의 스포츠 세단 감성의 풍요로운 달리기에 대한 대가다.

참고: 경북 영덕의 대게는 겨울이 제철이다. 현지 선장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잡아 이곳에서 전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중간 유통망을 거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즉, 전국에서도 직접 계약해 받는 곳이 아니면 영덕의 대게를 만나기는 어렵다. 영덕 앞 바다에서 잡히는 게는 3종류로 크기에 비해 수율이 좋고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auto@autocast.co.kr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여행, 자동차, 문화를 취재했다. 한민족의 뿌리를 찾는 '코리안루트를 찾아서'(경향신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소개한 '아름다운 한국'(경향신문+네이버) 등을 연재했고 수입차 업계의 명암을 밝힌 기사로 세계일보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캐스트를 창간하고 영상을 위주로 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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